"국립대 법인화 추진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번호 1219 작성자 사무처 작성일 2005-10-21 조회 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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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법인화 추진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
<기고>김진경 교육비서관 주장에 대한 반론

2005-10-21 오전 9:58:30





김진경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지난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개설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우리의 대학 교육에는 엘리트는 없고 엘리트주의만 남아 있다"며 국립대 특수법인화에 대한 일각의 반대 주장을 비판했다. 김 비서관은 "취학률이 80%가 넘어 대학이 보통교육기관이 된 현 시점에서 비현실적인 엘리트주의 대학관을 바꿔나가는 의식전환 작업으로 국립대 법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익경영과 비용절감 압력으로 인해 대학의 교육.연구 기능 약화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대학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 등 여러가지 부작용 때문에 국립대 법인화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반론을 진보교육연구소 배태섭 사무차장이 보내왔다.

현재 국공립대 교수노조, 국공립대 총학생회로 구성된 국공립대학생 투쟁본부 등 국립대 법인화를 둘러싼 국립대 구성원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내에서도 법인화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2009년 서울대, 울산국립대, 인천대 등을 1단계로 법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강행할 의지를 밝힌 상태다. <편집자>

김진경 교육문화비서관이 지난 18일 여전히 대학을 지배하고 있는 엘리트주의가 참여정부의 대학 혁신 정책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립대 법인화 반대측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대학 취학률은 80%로 보통교육단계로 진입했는데 대학의 관행은 여전히 유럽식 엘리트주의에 머물러 있으며, 이로 인해 일류대학 진학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대학에 경쟁체제가 들어서기 어려워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참여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학교육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국립대를 법인화하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성하는 교육운동 진영이 국립대 법인화에는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김 비서관의 주장이다.

"정부가 비판하는 '엘리트주의자' 정운찬 총장은 법인화 찬성"

김진경 비서관이 지적하고 있는, 현재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일대학의 전통에서 유래한 엘리트주의다.

그러나 현재 한국 대학의 병폐가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된 것인가. 교육부의 무분별한 사립대학 설립 정책으로 급격하게 팽창한 기형적 구조 아래에서 엘리트주의를 표방할 수 있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대다수의 대학들은 돈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기본적인 교육시설과 여건조차 갖추지 않은 채 신입생 유치에만 열을 올리거나 터무니없이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 또 기업의 기부금을 얻기 위해 로비에 나서고 돈이 되는 분야에만 투자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어떠한가. 가중되는 실업난 속에서 엘리트가 아니라 그저 안정된 일자리라도 얻기 위해 어려운 공부는 피하고 손쉽게 학점을 따려 하거나 영어.취업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대학에서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시장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김 비서관 말처럼 비현실적인 엘리트주의 대학관이 국립대 법인화를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이라면 김 비서관 자신이 비판의 타겟으로 삼고 있는 엘리트주의자 정운찬 총장이 법인화에 찬성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 비서관은 또 한국의 대학 '취학률'이 이미 80%를 넘어섬으로써 여전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학과는 달리 보통교육기관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여기서 취학률과 진학률을 혼동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흔히 교육기회의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로 사용되는 수치는 진학률이 아닌 취학률이다. 취학률은 특정 연령계층의 인구 중 해당 연령계층의 학생수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국가교육통계에 따르면 2004년 현재 20~29세 인구의 고등교육기관(대학원 제외) 취학률은 27%다. 20~29세 인구의 취학률은 독일이 25.5% 한국이 26.5%(OECD 교육지표, 2002)로 취학률에서는 두 나라 간에 별 차이가 없다.

김 비서관이 언급한 80%를 넘어선 수치는 우리나라 대학 취학률이 아니라 진학률이다. 물론 전체 졸업자 중 상급교육기관으로 진학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진학률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건 사실이다. 2002년 한국의 진학률은 74.2%인데 비해 미국은 66.2%, 독일은 35.7%다. 독일은 중등교육의 인문계와 실업계의 이원화된 구조 등으로 인해 여타 다른 산업국가들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낮다. 이런 이원화된 학제로 인해 고등학교 졸업 후 상당 기간이 지나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학률을 단순 비교하는 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김 비서관은 취학률과 진학률의 개념조차 혼동한 채 마치 한국 국민의 80%가 대학에 들어가 보통교육화 됐다는 듯이 주장하고 있다.

"대학구성원 배제된 이사회, 경영성과에 집착할 가능성 커"

김진경 비서관은 법인화가 돼도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산을 확대해갈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며 법인화 반대 측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립대학에 독립적인 법인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아무리 포장한다 해도 결국엔 경쟁력 없는 국립대학과 학문분야를 퇴출시키고 국립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을 효율화하는 게 그 목적이다.

설령 국가의 재정책임이 법률상 규정된다 하더라도 국가와 별개의 법적 주체인 법인에 대한 재정지원책임은 언제든지 폐지나 수정이 가능하다. 현재 교직원의 인건비와 시설운영비는 국가예산회계에 근거해 의무적으로 배정된다. 하지만 법인화가 되면 별도의 재정지원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각 대학이나 정부(지자체)의 상황에 따라 매우 불안정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정지원이 되더라도 모든 대학에 골고루 지원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와 결부된 차등 지원 방식이 될 것이다. 이는 대학간의 격차를 더욱 벌려 국립대학을 강제로 도태시키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말을 신뢰할 수 없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대학 운영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법인화가 되면 총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 재정, 인사, 조직 등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이 집중된다. 그런데 이사회의 구성은 총장, 교육부 장관 추천자, 광역자치단체장, 총동창회 대표, 지역경제인단체 대표 등 학외 인사로 이뤄져 대학구성원들의 참여는 제한된다. 이처럼 외부자를 주축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교육과 연구보다는 경영성과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법인화 후 드라마 촬영에 캠퍼스 대여 등 수익사업 혈안"

지난 4월부터 국립대 법인화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보자. 일본은 정부 재정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철도, 체신, 국립대학 등 국가행정조직을 대폭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국립대학이 법인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법인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학의 운영교부금도 해마다 줄이고 공무원도 줄이며 평가에 따라 차등지원을 할 것임을 명시했다. 그 결과 2004년 국립대 운영교부금이 1% 삭감됐고, 각 대학법인은 인건비와 사무경비를 줄이고 수업료를 인상하면서 대대적인 긴축경영에 매진했다.

총장들은 자신의 연봉을 10% 삭감했고, 예산을 핑계로 다양한 전공강의를 담당하던 시간강사들을 대폭 줄였다. 또 각 대학들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용 쌀 판매,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로 캠퍼스 대여 등 수익경영과 비용 절감에 혈안이 돼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기본적인 역할이 위협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국제적 대세를 따라야 한다며 누구보다 앞장서서 개방화.시장화 정책을 추진해 왔던 노무현 정부가 이 같은 대세를 거슬러 오히려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법인화를 실시한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나. 재정지원을 확대할 거라면 굳이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 등록금 3배 한도 내 자율 인상…대폭 인상 불가피"

김진경 비서관이 지적한 대로 현재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2004년 정부가 서울대에 지원한 1946억 원은 일본 도쿄대학 국고지원금 1조7900억 원(2003년)의 1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학들은 학생들이 부담하는 기성회비를 편법으로 인상해 국립대학 세입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따라서 법인화가 이뤄질 경우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교육부는 일본처럼 인상 가이드라인을 정해 등록금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기존 등록금의 3배 한도 내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등록금이 3배 가까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정부는 학자금 대출 제도를 확대한다고 하나 이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학부모와 학생들을 모두 빚쟁이로 만들 셈인가.

김진경 비서관은 또 국립대 법인화의 취지가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 자율성과 책임성 있는 집행구조, 투명한 회계구조를 마련하고, 총장의 리더십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은 법인화를 통해 별도로 보장할 필요 없이 이미 헌법에 명시돼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와 투명한 회계구조는 무엇보다 대학주체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고 이들에 의한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확립될 때에 가능한 것이다.

국가는 각 대학별로 지원 총액만 배분해주고 대학 내부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예산을 집행하면 회계의 불투명성은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정부는 법인화를 하지 않아도 현행 법령의 개정과 행정적 개선을 통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마치 법인화가 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듯이 호도하고 있다.

"정부, 울산대와 인천대에 사실상 법인화 강요"

국립대 법인화 정책은 그 목적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기 때문에 반발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9월말부터 교수, 직원, 학생들의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이렇게 대학주체들의 반발이 일자 정부는 선택적으로 법인화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행정.재정적 지원을 조건으로 내건 상황에서 어떻게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신설되는 울산 국립대와 국립으로 전환하는 인천시립대에 대해선 사실상 법인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국민적 의견수렴과 교육주체들과의 논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근거없는 논리와 주장으로 일관하며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진정 국민적 저항이 두렵다면 당장 법인화 정책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후환을 막는 지름길이다.


배태섭/진보교육연구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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