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통과의례 특별법공청회 정부-여당 속셈 그대로 드러나
번호 85 작성자 중앙 작성일 2004-12-08 조회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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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통과의례 특별법공청회

정부-여당 속셈 그대로 드러나




12월6일 2시45분 국회 본관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는 환노위 이경재 위원장의 사회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등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부안에 찬성하는 진술인(패널, 국회 공청회에서는 진술인이라 부름) 2인(김재기 대구대 교수, 문무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정부안에 반대하는 진술인 2인(박병섭 상지대 교수,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중립 입장 진술인 1인(이철수 이화여대 교수)이 참석하여 서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공청회가 열리는 도중에 급하게 잡힌 의사일정에 따르면, 정기국회 폐회 하루 전인 8일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이번 정기국회 안에 최소한 상임위원회까지 통과시켜놓고 정기국회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환노위의 경우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 출신의 배일도 의원(한나라당)이 있어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조심스럽지만, 일단 환노위만 통과하면 법사위, 본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형편이다.

이 날 공청회에서도 단병호 의원과 배일도 의원은 최선을 다해 정부 특별법안의 부당성을 알렸다.

여기서는 이 날 공청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악질적인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지를 살펴본다.


#1. 친한 사이

(환경노동위원회 이경재 위원장은 공청회 시작 전에 진술인들과 차례대로 악수를 나눴다. 마침 중립 입장인 이화여대 이철수 교수가 화장실 가느라 자리를 비웠다)
정병석 노동부 차관 : (위원장이 이철수 교수 자리로 오자)"철수는 화장실 갔습니다"
위원장 : (눈을 크게 뜨고 차관을 의아하게 바라보며)"(공청회에서 진술하러 온)교수를 그러게 불러도 되는거요?"
정 차관 : 아, 예…. (위원장이 자리로 돌아가고 이철수 교수가 돌아오자 이철수 교수에게) "너한테 반말했다고 위원장에게 혼났다"

이화여대 이철수 교수는 의원들에게 배포한 처음 자료에는 '특별법안 찬성쪽' 진술인으로 돼 있다가, 이 날 아침 갑작스럽게 '중립' 진술인으로 바뀌어 소개돼 있었다.(이를 두고 단병호 의원은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하루아침에 입장이 바뀌나?"하며 혀를 끌끌 찼다)
이 '중립진술인'과 노동부차관이 서로 철수, 병석이하며 이름을 부르는 사이인 것이다. 이철수 교수는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었다.


#2. 억지(1)

장복심 의원(열린우리당) :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공무원노조법안을 만들면서 공무원노조를 전혀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공청회 하는 것이 참여시키는 것 아닌가요?
정길오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 간접 참여입니다.
장복심 : 간접참여건 뭐건 간에 지금 참여하고 있잖아요? 참여한거예요, 아니예요?
정길오 : 공무원노조의 직접 참여가 없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배일도 의원이 질의를 통해 보충했다)
배일도 의원 : 장복심 의원이 "공청회에 온 것 자체가 참여 아니냐?"고 했는데 정 본부장은 법률안이 회부되기 전에 공무원노조가 참여하거나 내용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 날 공청회에는 단병호 의원, 배일도 의원, 장복심 의원, 이목희 의원, 이덕모 의원 등 대여섯명의 의원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 공청회는 애초 '환노위 차원의 공청회'로 알려졌다가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의 주장했던 대로 이날 다시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로 축소됐다.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의 의미를 어떻게 해서든 축소시키고, 비정규법안 등 다른 노동현안들과 분리시켜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시키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이런 의도에 맞춰 형식적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공청회에 (당사자도 아닌 한국노총이)참석했다고 공무원노조법안을 만드는 데 (공무원노조가) 참여한 것이라고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억지를 부린 것이다.


#3. 폭로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 : 정부가 지난 김대중 정권 때의 법안을 토대로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만들면서 공무원노조와 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사실 공무원노조는 참여정부에게 "얘기할 기회가 있겠구나"하고 기대를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원천봉쇄됐다. 그러면서 참여정부는 공무원노조가 그토록 반대했던 지난 정권의 법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든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들이 자꾸 충분한 의견수렴이 있었다고 말하자)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하겠다. 비정규법안의 경우에도 정부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장담하길래 지난 국정감사 때 정부가 노동계의 의견을 수렴한 자료를 보내달라 했더니,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걸 보냈다. 난 지난 2003년 4월 출소했다. 출소 직후 노동부가 인사 겸 밥 먹자고 하길래 점심 한 끼 먹은 적 있는데, 정부 자료에는 버젓이 그것이 노동계 의견 수렴이라고 돼 있었다. 그게 무슨 의견수렴인가? 아마도 청와대는 이 자료를 믿고 있을 것이다. 의견수렴을 하려면 정정당하게 논의의 자리를 만들어 해야지, 비공개로, 식사나 하자면서 무슨 의견수렴을 했다고 하는 것인가?


#4. 억지(2)

단병호 의원 : 정부법안 14조에 보면 공무원노동관계조정위원회를 두기로 하고 이 위원들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천하는데, 잘못된 것 아닌가?
차관 : 공무원에 대한 노동관계는 공익위원으로만 구성한다.
단병호 의원 : 그러니까 공익위원을 어떻게 뽑는가가 중요한데, 왜 노동계와 정부가 공정하게 추천해서 뽑지 않고 일방적으로 하나? 노정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동일한 추천을 받는 것이 맞다.
국장 : 일반 공익위원과 달리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공익위원을 별도로 정부가 추천해 뽑는 것은 공무원노조의 특수성을 감안해서다. 공무원이 정부 소속이기 때문에….
단병호 의원 : 정부의 일방적인 생각이다. 여기서 억지부리지 말라.

정부 특별법안은 6급 이하(그나마 지휘, 총괄 지위에 있는자 제외)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해 단결권을 직급으로, 직무로 이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특별법안은 또 단체행동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법령과 예산에 관한 사항은 단체협약 효력이 없도록 했으며, 정책결정사항과 임용권 행사 등 행정기관 관리운용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교섭에서조차 제외시켰다. 게다가 특별법안은 "파업, 태업 그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할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게 해 놓았다.
이런 법안을 가지고도 불안을 느낀 정부는 조정위원회조차 자기들이 추천한 자기 사람들로 꽉꽉 채워놓을 생각이다.
정병석 차관이 이철수 교수를 "철수야" 부르듯, 조정위원회 위원한테도 "야! 길동야!" 이러지 않을까?

#5. 금과옥조(1-국민여론)

이목희 의원(열린우리당) :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 논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이다. 물론 국민 여론이 반드시 옳지만은 않지만 정부는 국민여론을 존중해야 한다.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반대하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그런 법을 만들 수 없다. 공무원노조로서는 억울하겠지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
박병섭 교수 : 공무원노조의 문제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국민의 시각은 부정확하다. 자신의 파업은 정당하고 찬성하지만, 남들이 하는 파업은 반대한다. 공직사회는 변하고 있는데 일반 국민은 과거의 눈으로 보고 있다. 국회가 진상을 제대로 알리고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여론이 안 좋다고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 날 공청회에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은 국민정서였다. 그러면 1989년 노무현 대통령(당시는 국회의원)이 일반법에 의한 공무원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할 때의 국민정서는 어땠을까?
또 외국에선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환경. 게다가 노동조합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고 왜곡, 편파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환경에서 국민여론을 들먹이는 것은 얼마나 속보이는 짓인가?
백번 양보해도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21.8%인데(11월25일 프레시안 보도), 정부와 여당이 여론정치를 들먹일 자격이 있나?

#6. 금과옥조(2-절차)

이목희 의원 : 공무원노조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전에 파업부터 했다. 상정도 되지 않은 법안을 반대한다며 파업한 것은 노동계 스스로 문제를 더 어렵게 한 것 아닌가? 공휴일 같을 때 집회도 하고 시위도 하면서 반대 사실을 알렸으면 좋았을 텐데….
정길오 정책본부장 : 국회에 상정되기 전까지 불법단체와는 얘기할 수 없다며 일체의 대화가 없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럴 때 노동자가 대응할 수단은 파업밖에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입법발의 될 때까지 당자사인 공무원노조와 일체의 대화가 없었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참여과정이 보장되어있다면 그 말이 맞지만 참여가 배재된 상태에서는 이미 결과가 나온 다음 움직이는 것은 무리다. 입법단계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파업한 것이다.

현행법상 불법이라며 일절 대화를 하지 않을 때는 언제고,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파업먼저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것이 저들의 모습이다.


#7. 거짓말 혹은 무식

문무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정부안 찬성 진술을 마무리하며) 한국은 남북이 분단돼 있고, 국민들은 평소 공무원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공무원노조에 대해 국민인식이 부정적이다. 또 국민의 이익을 위한 공공서비스는 계속성을 가져야하고, 외국의 경우보다 강한 노조로 인해 노사관계가 불안한데 공무원노조까지? 하는 불안감이 있으며, 공무원노조만이 공직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또 다른 권위적인, 관료적인 단체가 될 소지도 있다. 이와 함께 결사의 자유는 국가의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이고 ILO도 공무원노조의 파업권을 모두 인정하는 것은 아니며, 주요국가들은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회본부의 한 조합원은 혀를 내두르며 "분명 누가 봐도 논리가 막히는데도 뻔뻔스럽고 교묘하게 자신의 주장을 계속하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양심을 갖고서는 저러지 못할텐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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